허지웅 기자간담회가 검색창에 떠서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봤더니, 다름아니라 <최소한의 이웃> 산문집을 발간했다는 소식이었다.
작가 허지웅 산문집, '최소한의 이웃' 발간 기자간담회
그의 산문집 <최소한의 이웃>은 어제 22일 발간되었고 오늘자로 박혜진 아나운서 진행 하에 비대면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허지웅은 GQ, 필름2.0 등에서 단단한 필력으로 인정받았다. 그의 첫 산문집 <버티는 삶에 관하여>가 인기를 얻었으며 작가로서 이후 몇 편의 산문집과 소설도 발간했다.
이번 기자 간담회에서 허지웅은 젊었을 땐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이웃이라는 주제에 대해 썼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이웃>이란 책제목은 그만큼 이 시대에 이웃과 관계맺기가 어렵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 '최소한'이라고 했다. 다소 염세적이고 비관적주의적 이미지를 갖고 있던 만큼 이번 책제목 역시 허지웅다운 느낌을 잘 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 없이는 내가 제대로 기능하는 건 불가능하다
허지웅 코로나 19 감염병의 확산 시작부터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에 이르는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과 이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내가 조심하지 않으며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고, 타인이 조심하지 않으면 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은 이번 코로나 19를 통해 표면으로 더욱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타인, 아니 그가 말하는 이웃에 대한 불신과 의심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고민으로 보인다.
그는 간담회에서 이 책은 이웃을 사랑하거나 이해달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런 말이 통할리도, 먹힐리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물리적으로 옆집에 사는 사람이 이웃이 되어버린 지금, 최소한의 이웃이 되는 것은 어떤 소양이나 덕목을 쌓는 일이 아니라 최소한 내가 사회 안에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이웃과 다른 사람들의 상호작용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이웃이 되는 길을 함께 모색해보자는 말이다.
각자가 자신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이웃이 되려는 길을 모색해야
즉 그가 말하는 최소한의 길을 모색하는 노력은 결국 자신이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조건인 셈이다. 내가 제대로 기능하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혼자로서는 불가능하며, 각자가 제대로 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른 사람인 이웃에 대해 최소한의 소통을 나누며 함께 해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지금 어느때보다 타인에 대한 불신과 의심, 타인을 향한 공격성과 경계심, 타인을 차단하는 자신만의 방어벽이 팽배해진 시대에서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의심과 불신을 거두고 최소한의 이웃이 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단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을 위해, 끝까지 읽히는 책을 쓰는 것이 목표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작가로서의 허지웅이 글을 집필할 때 갖는 생각들도 엿볼 수 있었다. 독자들이 내 책을 의도대로 받아들일지, 어떻게 받아들일지 항상 그게 궁금하다고 말하면서 최대한 독자들이 내 책을 끝까지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까지 읽히는 책'이 그의 목표다. 이를 위해 그는 긴 글, 혹은 일 년에 책 한 권 읽을까 말까한 독자들을 의식하면서 되도록 간결하고 읽기 편하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7년 간 작가로서 허지웅은 특히나 책을 읽지 않는 독자들을 많이 의식해왔었다. 그런 독자도 자신의 글을 끝까지 읽게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긴 글은 이제 외면받는 상황을 인지하면서 문장을 최대한 압축하고 문장 간에 박자감을 완성하여 가독성을 높이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짧은 문장과 문장들 사이에서도 사유가 담길 수 있도록 글을 썼다고 밝혔다.
2018년 악성 림프종 판정이후, 함께 손잡고 가자던 허지웅
2018년 12월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 림프종을 진단받았다. 다행히 힘든 투병 생활을 견디며 회복세를 보였다. 그는 당시 인스타그램에 상의를 벗고 홀로 아리랑을 부른 영상이 화제가 됐었다. 그는 암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전달해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또한 허지웅은 우리나라 386세대에 대한 깊은 유감과 분노가 담긴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서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을 부르며 오열하는 영상이 게재된 바 있다. 특히 가사 중 '손잡고 가자'라는 가사 부분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우리는 함께 손잡고 갈 수 밖에 없다며 만약 병이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게 된다면 젊은 세대의 본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번 <최소한의 이웃> 산문집 발간은 함께 손잡고 가자던, 젊은 세대에게 본이 되고 싶다던 그의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댓글